Divide and Conquer

그런데 왜 나는 당신의 숨소리가 자꾸 듣고 싶은가 당신의 머리카락을 풀어헤쳐놓은 것 같은 협재 바다에서 이토록 익숙한 숨소리가 들리는가 본문

2025/개인

그런데 왜 나는 당신의 숨소리가 자꾸 듣고 싶은가 당신의 머리카락을 풀어헤쳐놓은 것 같은 협재 바다에서 이토록 익숙한 숨소리가 들리는가

10살 2022. 10. 13.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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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하나라는 생각을 하고 살았다. 그런데 협재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바다는 모두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바다가 사람과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이 바다를 닮아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바닷가 집 사람처럼 오래오래 소리 내어 책을 읽어본다. 어떤 질서를 가지고 풀어헤친 머리카락 같은 바닷물이 움직인다. 이렇게 오래오래 들여다보면 알 수 있는 것들이 분명히 있는데, 당신을 들여다보지 못한 채 당신이 나를 들여다보기만을 바라고 바랐다.  유난히 과일을 좋아했었지. 칠월에는 수박을 좋아했었다. 수박 한 통을 사서 숙소를 옮길 때마다 들고 다녔었다. 지금 이 숙소는 그때 옮겨다녔던 숙소 중 마지막 숙소이다. 아침이면 수박을 썰어 한 접시 놓아두고, 껍질의 하얀 부분을 얇게 썰어서 얼굴에 올려주었었다.    

“누워봐봐. 이거 올려놓고 음악 틀어주게. 수박 껍질 팩하고 수박 먹자.”  

“귀찮아. 당신이나 하시든지.”  


당신은 음악 소리보다 더 크게 흥얼거렸었다. 그때는 몰랐었다. 수박을 보면 당신이 생각나게 될 줄은. 어제는 숙소 주인이 수박을 세 조각 주었다. 숙소 일층 카페에 앉아 수박과 아이스커피를 먹으며 바다를 한참 보고 있다가 당신을 한번 불러보았다.  


“당신한테 나는 뭐야?”  

“함께 나누고 싶은 우주.”  

“무엇을 나눌 테야?”  

“풍경, 음악, 오늘 날씨, 음식, 사람 그리고 몸의 냄새.”  

“몸의 냄새?”  

“함께 숨을 쉬어야 가능한 일이지. 우주처럼.”


나보다 더 함께 나누고 싶은 사람을 발견했다고 했다. 태어나서 처음 맥이 풀리는 것을 경험했다. 맑은 물에 푸른 물감이 한 방울 떨어지는 순간처럼 당신을 놓았다. 당신을 놓을 수 있는 것, 놓겠다는 의지가 나에게는 자존심이었을 것이다. 어제는 숙소 주인이 준 수박 세 조각을 모두 먹으며, 기억까지 빼앗기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기억으로 각자의 다른 공간을 만들어 그 공간에서 다른 나무를 키우는 방법도 있을 수 있겠다. 그래, 나보다 더 함께 나누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이 맞다. 그 사람이 내가 당신을 생각하는 것보다 더 깊이 당신을 생각한다고는 믿지 않지만……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 다른 사람을 발견했다는 말도…… 우리 역사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런데 왜 나는 당신의 숨소리가 자꾸 듣고 싶은가. 당신의 머리카락을 풀어헤쳐놓은 것 같은 협재 바다에서 이토록 익숙한 숨소리가 들리는가.

/용윤선, 13월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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